제프리 노웰 스미스 지음 | 이영기 옮김
152 × 225mm | 488쪽 | 28,000원 | 2018. 2. 28 | ISBN 979-11-85521-55-8 93680
Luchino Visconti
사진: 위 < 희미한 곰별자리 > / 아래 < 강박관념 >, < 로코와 그의 형제들 >,  < 루트비히 >
★ 2018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귀족 출신으로 평생 비판적 마르크스주의를 견지했던
유럽 아트 시네마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영화 세계


유럽 아트 시네마의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는 연출한 작품마다 최고의 수준을 보여 주었다. 연극, 오페라를 연출하고 그림에도 재능을 보였던 비스콘티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장 르느와르 감독 밑에서 영화 경력을 쌓기 시작했지만 곧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강박관념>(1943)으로 네오리얼리즘의 창시자 중 한 명이 되었고, 이후 <센소>(1954), <로코와 그의 형제들>(1960), <레오파드>(1963),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 <루트비히>(1973) 등을 통해 역사와 가족, 개인의 관계를 탐구해 나갔다. 소재와 주제의 폭이 넓고 깊어지는 와중에도 그는 비판적 마르크스주의자로서의 입장을 잃지 않았다. 동성애자이자 이탈리아 유수의 귀족 가문 출신이었던 그의 이런 태도는 작품을 보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비스콘티가 다른 감독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부분은 역사를 다루는 그의 탁월한 솜씨다. 비스콘티의 영화들은 계급과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 주는데, 이를 통해 현재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이를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지 등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가 역사를 제시하는 방식은 한 개인을 통해서이지만, 이를 통해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치밀하고 깊이가 있다. 그가 표현한 리얼리즘은 세계의 핵심을 파고드는 방식이었다. 유럽 역사, 특히 이탈리아 역사에 대한 비스콘티의 해석은 기본적으로 그람시의 접근법을 따른 것이다. 또 그는 루카치가 지적했던 유럽 리얼리즘의 가치들을 20세기 후반에 어울리는 매체인 영화의 형식으로 변환하고자 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비토리오 데 시카,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 비스콘티와 동시대의 이탈리아 영화계 거장들 중에서도 비스콘티는 경력 초기부터 가장 기복 없이 성공한 감독이다. 비스콘티의 영화들은 할리우드 감독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감독들도 부러워할 정도로 오로지 그의 영화였다. 또 그의 영화들 대부분이 흥행이나 비평, 혹은 그 둘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즉 비스콘티 영화가 갖는 힘은 평범한 관객과 지적인 비평가들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데 있다. 이것은 후대 감독들에게 영향을 미쳐, 예컨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나 마틴 스콜세지의 <순수의 시대> 등에서 그의 흔적을 감지할 수 있다.  

‘작가주의’ 이론의 효시가 된 책


196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영화 이론 분야를 주도해 온 영화학자 제프리 노웰 스미스가 쓴 ≪루키노 비스콘티≫는 비스콘티의 장편 영화 전부를 포함해 그의 영화 세계를 비평한 역작이다. 특히 서론에서 ‘작가 이론’을 다룬 부분은 영화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 유명하며,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저자는 비스콘티를 과거의 논쟁적 유산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비스콘티의 초기 작품들을 리얼리즘의 걸작이라고 보는 관습적이고 어리석은 이미지들로부터 풀어 주어야 하고, 후기작들을 비스콘티가 지녔던 과거의 이상으로부터 타락한 것이라고 보는 비난으로부터도 풀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을 작품 그 자체로서, 즉 한 감독이 지닌 지성의 산물로서 봐야 하며 그런 면에서 비스콘티는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예술가라고 평한다.


비스콘티에 관한 비평서로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이 책은 1967년 초판이 나온 이래 3판(2003)까지 개정을 거듭하여 비스콘티의 전 작품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개별 영화의 분석을 통해 그것이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맺고 있는 관계를 밝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관련된 외부 요소들, 즉 영화의 배경이 되는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사실과, 영화 제작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갈등 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이탈리아의 영화 감독 루키노 비스콘티(1906~1976)는 밀라노의 명문 귀족 가문인 비스콘티가의 후예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여러 분야의 예술을 접했으며 푸치니, 토스카니니, 단눈치오 등과 인연을 맺었다. 2차 세계 대전 도중 이탈리아 공산당에 입당하면서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하였다. 장 르느와르 감독의 <시골에서의 하루> 등에서 조감독을 맡으며 영화 경력을 시작했다. 1943년 네오리얼리즘의 시작을 알린 <강박관념>을 비롯해 <흔들리는 대지>, <로코와 그의 형제들>, <센소>, <레오파드>, <루트비히>, <베니스에서의 죽음>, <희미한 곰별자리> 등을 감독하였다. 영화 감독 외에도 연극 및 오페라 연출가로서도 명성을 쌓았다.

지은이 

제프리 노웰 스미스Geoffrey Nowell-Smith는 1960년대 이후 새롭게 등장한 영화 이론 분야를 주도해 온 인물 중 한 명이다. 루턴대학교 등 영국과 미국의 여러 대학에서 영화학을 가르쳤으며,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영국영화연구소(BFI: British Film Institute)에서 교육 부문과 출판 부문 책임자로 일하기도 했다. 여러 권의 저서를 쓰고 편집했는데, 그중에는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작품을 분석한 ≪정사L’Avventura≫,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The Oxford History of World Cinema≫, ≪메이킹 웨이브즈: 뉴 웨이브, 네오리얼리즘, 1960년대의 뉴 시네마들Making Waves: New Wave, Neorealism, and the New Cinemas of the 1960s≫ 등이 있다.

옮긴이

이영기는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일간지 기자를 거쳤다. 옮긴 책으로는 ≪영화 사전≫, ≪빨강의 문화사≫,≪히치콕과의 대화≫(공역) 등이 있다.

차례
서론 | 1장 강박관념 | 2장 흔들리는 대지 | 3장 벨리시마 | 4장 일 라보로 | 5장 센소 | 6장 레오파드 | 7장 백야 | 8장 희미한 곰별자리 | 9장 로코와 그의 형제들 | 10장 이방인 | 11장 저주받은 자들 | 12장 베니스에서의 죽음 | 13장 루트비히 | 14장 폭력과 열정 | 15장 순수한 사람들 | 16장 회고 | 필모그래피